하나도 안 아픈 뿌리염증, 치료를 받아야 되나 - 뿌리염증 feat. 플라즈마 신경치료


"뿌리에 염증이 있다는데 하나도 안 아파서... 일단은 진단만 받아보고 싶어요."


약 3년 전, 

젊은 남성분이 진단과 상담만 받고 싶다며 내원하셨다. 

뿌리염증의 존재는 교정치료를 받다가 알게 되셨다고.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보니, 음.... 



이건 발치를 걱정해야 할 거 같은 상황같은데.....


나야, 매일 이런 사진을 보니 이렇게 생각하는 거고.. 

보통 환자분들은 이런 사진을 보여드려도 심각성이 잘 와닿지 않는다.  

CT를 권해드렸다. 

그래야 나도 더 정확한 진단을 하고, 진단과 상담을 제대로 할 수 있다. 


CT를 보니, 더 심각하다.

옆에서 본 모습


각도를 바꿔서 보니, 이건 그냥 발치를 하는 게 맞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본 모습


뺨쪽의 뼈가 거의 치관의 1/2 수준으로 녹아 있다. 


진단이 끝났으니, 상담을 할 차례. 

CT 사진을 보여드리며 차분하게 말씀을 드린다. 

"뿌리 염증이 무척이나 심하게 진행되어서, 뿌리 주변의 뼈가 다 녹았어요. 

 다행히 뿌리 일부가 아직 뼈에 붙어있어서 흔들리지는 않고, 

 고름이 차더라도, 녹아있는 뼈 쪽으로 바로바로 빠지다보니 하나도 안 아프실 거에요.

 원인은 뿌리 내부 신경관의 염증인 것 같은데.. 

 이대로 놔두면 천천히 뼈가 더 녹을 거라..  결국 발치로 이어질 듯합니다."



CT 사진을 보며, 내 얘기를 듣던 남성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으시는 듯한 얼굴... 

정말 하나도 안 아픈데, 발치를 걱정해야 한다고? 하는 표정이시다. 

비유가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암을 받아들이는 5단계,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 중 첫 단계다. 

집에서 고민을 해보고 연락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신 뒤 귀가하신 환자분. 



일주일 뒤 다시 내원하셨다. 

"상담을 한 번 더 하고 싶어요."

치료 방법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다. 


사실, 저 정도의 치아는 발치를 하는 게 변수가 없는 치료겠지만.. 

정말 하나도 안 아픈 치아를 뽑자고 하면, 나같아도 수긍이 잘 안 갈 것 같다.  

다행히 발치를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치료가 있다. 

신경치료다. 

다만, 신경치료 후 저 뿌리염증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염증이 심하다. 

애써 신경치료를 받고나서 예후가 좋지 않으면 발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곧바로 발치하는 것보다는 치유의 가능성을 믿고 최선을 다해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초지종을 나누면서 상담을 마쳤다. 


그리고 다시 열흘 뒤. 

신경치료를 받기로 결심하시고 내원하셨다. 

암을 받아들이는 5단계,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 중 마지막 단계다. 



충분히 마취를 하고, 약 3회에 걸쳐 신경치료를 마무리했다. 

워낙 심한 염증이라 3회에 걸쳐 천천히 치료를 진행했다. 



이때가 3년 전이니까, 

신경치료에 플라즈마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그 효과를 실감했던 시기다. 

이렇게 심한 뿌리염증도 신경치료를 시도해본 것도 그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다행히 신경치료를 진행하는 약 3주 정도는, 치아를 건드릴 때 다소 통증이 있었지만

크라운을 셋팅하고나서는 별 불편감이 없다고 하셨다. 


사실, 

치료 전부터 아무런 통증이나 불편감이 없다보니, 

이게 낫는지 안 낫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CT를 찍어보는 방법 밖에 없다. 

그쪽 치아를 사용하시다가 불편하시면 연락을 주시되, 최소 6개월 간격으로 ct를 찍어보자고 말씀드렸다. 

(요새는 저렇게 심한 뿌리염증의 경우, 치료 프로토콜이 조금 바뀌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6개월 뒤 찍어본 CT. 


염증이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다. 

뺨쪽의 심한 치조골 손상도, 이 정도면 굉장히 잘 치유되고 있음 확인된다. 



애써 고생해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신경치료를 했던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제 이 치아는 어느 정도 안심하셔도 되니, 꾸준히 정기검진 받으시자고 말씀을 드리며 치료가 일단락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6개월이 더 지난 1년 뒤. 

갑자기 연락을 주시고 내원하셨다. 

오랜 구환이 갑자기 내원하면 솔직히 조금 불안하긴 하다. 

예전에 치료한 부위가 탈이 난 건 아닐까. 


다행히 다른 부위가 아파서 오셨단다. 

다른 부위 검진을 위해 ct를 찍은 김에, 저 치아도 한 번 살펴봤다. 

다행히 염증 재발도 없고, 더 잘 치유가 되어 있는 모습이다. 



각도를 바꿔, 

지난 번에 약간 미진한 치유를 보였던 부분도 확인. 

더 야무지게 잘 치유가 되었다. 



다른 부위 진단을 하면서, 은근슬쩍 ct 사진을 보여드리고 그 새 더 잘 치유가 되었음을 말씀드렸는데

이미 아무런 불편감없이 잘 사용하던 중이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씀하신다. 

그래도 환하게 웃으면서 말씀하시는 걸 보면 조금 더 안심이 되시는 것 같다. 




하나도 안 아픈데, 염증이 확인되면... 

이걸 치료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정답에 가까운 모범답안이 있다면.. 


놔둬도 치유가 될 것 같지 않지 않은 염증은, 

어느 순간에는 치료를 결심해야 하는데, 

당장 치료를 받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적어도 꾸준한 정기점검으로 염증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체크하는 것이 좋겠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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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신경치료, 크라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재신경치료, 발치

치료기간 : 2021.12.13~ 2022.02.05 (G.I. 충전 후 경과체크 약 1개월)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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