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치료 안 하면 안될까요? feat. 치과의사도 신경치료 안하고 싶습니다

올해 초, 젊은 여성 신환분께서 근심 가득한 얼굴로 내원하셨다. 

2주 전, 타치과에서 오른쪽 작은 어금니에 신경치료 진단을 받으셨단다. 

이후 몇 군데 치과를 더 거쳐 우리치과에까지 오셨다고 하신다. 

"선생님, 저는 정말로 신경치료는 안 받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이어지는 짧은 침묵... 


이런 간절함을 가지고 우리 치과에 오시는 환자분들이 종종 계신다. 

심한 뿌리 염증으로 인해 발치 진단, 심한 충치로 인해 신경치료 진단을 받았는데, 

이를 피하고 싶은 간절함. 

그런데 간절함으로 따지면, 나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나도 신경치료는 정말로 안 하고 싶다!! 

하지만 환자분께 이렇게 말씀드릴 수는 없다. 

우선은 차분히 진단부터 진행해보자고 환자분께 말씀드리고 파노라마를 찍고 체어에 앉혀드린다. 



고개를 숙여 구강내를 보니 음... 내부가 제법 썩어보이기는 한다. 

치식으로는 #15 치아


이제 고개를 들어 모니터의 파노라마 사진을 보니, 하.......


신경치료 진단을 받은 오른쪽 #15 치아는 이미 신경이 감염됐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25 치아도 파노라마 사진에서 보일 정도면 예사롭지 않은데, 

#15가 워낙 심하다보니 아직 명함을 내밀 시기가 아니었다. 


원래 충치 진단을 더 정확하게 하려면

CT도 찍고, 필요하면 교익촬영(bite wing)도 하고 그래야 되는데

이건 이미 파노라마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충치임이 증명되었다.  

신경과 충치의 경계가 애매하다... 


그래도 다행히 air와 ice에 반응을 하는 것으로 봐서, 

아직 신경을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뿌염을 확인하기 위해 찍어본 CT에서도 아직 치수괴사의 흔적은 볼 수 없었다. 

치과상식 : #15처럼 옆에 보철물이 있으면 ct에서 충치 진단이 안 된다. vs #25


요약하면, 

엑스레이에서 충치가 신경과 한 덩어리로 보일 정도로 심하지만, 신경이 죽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는 것. 

따라서 진정 신경치료를 원치 않으신다면 치유에 배팅해서 치료를 진행해보자는 것. 

다행히 환자분께서도 동의해주셔서 보존처치에 들어간다. 



무통 마취 후, 조심조심 충치 제거를 시작.. 하자마자 부스러지는 치질. 



충치 제거 도중에 신경이 노출되면, 곧바로 신경치료에 들어가셔야 한다고 한 번 더 강조하고 충치 제거를 이어간다. 

이렇게 강조했음에도, 막상 신경이 노출되면 안 되므로

중간중간 수기구(spoon excavator)와 초음파 기구를 동원해가면서 자극을 줄여서 충치를 제거한다. 


치아가 반절이 없어지고 나서야 감염된 치질이 정리가 됐다. 

다행히도 신경이 노출되지는 않았으며, 여기서 0.1mm만 더 들어가도 신경이 노출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제 신경에 인접한 부위에는 플라즈마 시린이 모드를 쏘고, MTA성분의 theracal PT를 두껍게 적용한다. 



팔로덴트 장착 후, 인접면 레진 스타일로 레진을 적층하면 치료가 마무리. 

내 눈엔 그럴듯해 보인다 ㅎㅎ


이렇게 신경치료를 피하기 위한 보존적인 치료는 일단락 되었다. 

이제 남은 일은 간절히 기도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것 뿐. 

치아의 외부는 온전히 수복이 되었지만, 이제 남은 문제는 내부에 있다. 

신경에 닿기 직전까지 치아를 긁어냈으니, 

마취가 깬 뒤 시림이나 통증이 아예 없기를 바라면 안 되고.. 

적어도 일주일 뒤에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경미해야 신경치료를 일단은 피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주일 뒤 내원 약속을 잡고 귀가하셨다. 



다음 번 내원일. 

오늘의 치료는 오른쪽 치아의 신경치료가 될 것인가, 왼쪽 치아의 레진치료가 될 것인가... 

체어에 앉은 환자분께 조심스레 여쭤본다. 

치료 받은 치아는 좀 어떠신가요? 

"치료 받은 오른쪽 위는 괜찮습니다"

휴~ 다행입니다.. ㅎㅎㅎ


그럼 오늘은 왼쪽의 충치치료 들어가겠습니다. 

왼쪽도 사실 가벼운 충치는 아닌데, 워낙 지난번 충치가 무거웠어서 덜 해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모든 충치는 언제나 신경치료의 위험성이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얘가 #15보다는 비중이 적으니까 간단하게 쓸래. 



1주일 뒤 경과 체크에서, 다행히 #25도 별 증상이 없이 무사하다고 하셔서 

이렇게 심했던 #15와 #25의 인접면 충치 치료가 마무리 되었다. 


정말로 신경치료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던 환자분의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만큼 간절했던 나의 바람도 이루어졌다. 

신경치료를 피할 수 있었다. 


신경치료는 치아 내부의 신경이 감염되거나 괴사되었다면,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치료다. 

다만, 신경치료의 성공률은 100%가 아니다. 

아무리 신경치료를 잘 해도 탈이 날 확률이 존재한다. 

훌륭한 대학교의 신경치료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통계에서도, 신경치료의 성공률은 90%를 약간 웃도는 정도다. 

이는 신경치료가 문제의 해결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조금이라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고가의 플라즈마 장비까지 동원해서 신경치료를 진행하고 있지만, 

당연히 내가 한 신경치료 성공률도 100%라고 감히 장담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신경치료는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신경치료가 꼭 필요할 때는 당연히 최선을 다해 임해야하겠지만,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때도, 최선을 다해 신경치료를 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진료 년차가 늘면서 경험과 실력도 쌓이겠지만, 그만큼 겸손함과 조심성도 쌓이게 되는 것 같다. 



-----------------------------------------------------------------------------------------------------

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레진치료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레진파절, 신경치료, 치아파절

치료기간 : 2024.12.09, 2024.12.16 (각각 당일 치료 완료)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아래로 문의주세요~ 

카카오톡 플친


덧붙임 : 깊은 충치 진단이나 치료계획에 관한 상세한 설명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https://www.dentalist.me/2025/03/feat.html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치아사이 충치 - 인접면 우식, 어떻게 치료할까 feat. 신경치료는 싫어요

인레이 치아 깨짐 + 충치 = 어떻게 치료할까 feat. 인레이 다 뜯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