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치아 vs 금이 간 치아 feat. 뭐가 나을까 ep1
돌도 씹어먹을 나이에는, 진짜로 돌을 씹어먹을 수 있을까?
단단함의 척도인 모스경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인간의 어금니는 6정도니까.. (높을수록 단단하다)
모스경도계 수치로 5정도인 인회석(apatite)까지는 씹어먹을 수 있는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인회석(apatite) - 씹어먹을 수 있을까? |
당연히 못 씹어먹는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치아가 단단한 건 어디까지나 겉표면의 단단함 - 경도(hardness)이 높다는 뜻이라서,
인회석으로 치아를 긁어도 표면에 흠집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인회석을 어금니로 깨물면 치아가 깨지거나 쪼개진다.
치아가 외력에 대해 변형없이 버티려는 힘 - 강도(strength)는 그리 세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돌뼈나 누룽지 등을 씹다가 아얏! 해서 치과에 오시는 분들은,
대개 치아에 금이 가거나 부러져서 오신다.
그래도 뼈는 금이 가고 부러지면 다시 붙기라도 하지,
치아는 한 번 금이가고 부러지면 다시 붙지도 않고 재생도 안된다.
(오돌뼈, 누룽지 조심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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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쯤 전, 남편분의 소개로 오신 환자분.
"이가 반으로 갈라져서 흔들려요.
동네 치과에 갔는데 뽑고 임플란트를 해야한대요."
남편분께서는 우리 치과에 오면 다른 수가 있지 않겠냐고 소개해주셨다는데,
이런 말씀을 들으면 솔직히 적잖은 부담이 되기는 한다.
일단 환자분께서 가리키는 치아를 살펴보니,
crack이 조금 가 있는 거 같은데..
살짝 air를 불었더니,
환자와 내가 동시에 헉! 소리를 냈다.
달랑달랑 매달린 치아 조각 |
환자분은 시리셔서, 난 놀라서.
치아가 쪼개져서 분리되어(splitted) 있다.
사실, 이런 상태로 치과에 오시는 경우가 아주 드물지는 않다.
이렇게 달랑달랑한 조각을 달고 치과에 내원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때 중요한 건, 달랑달랑하는 조각이 어디에서 분리되느냐다.
치관(머리부분)의 일부만 깨진거라면 다행히 크라운으로 수복이 되시겠지만,
치근(뿌리)까지 물고 깨졌다면 아무래도 발치를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분리된(splitted) 치아는 CT로도 파절선이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CT를 추가로 찍어본다.
점선으로 보이는 회색선이 파절선이다 |
그나마 불행중 다행으로, 치조골보다 위쪽에서 치아가 깨졌다.
그래도 저 정도면 치관을 잘 수복해서 크라운까지 진행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하실거면 굳이 우리 병원까지는 안 오셨을 거고..
환자분께서도 가급적 발치 전의 치료를 원하셨기 때문에,
예후가 다소 안 좋을 수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 치료를 진행하기로 한다.
무통 마취 후, 분리된 치아 조각을 제거.
이미 신경이 노출되었으므로, 첫날 신경치료까지 진행한다.
심하게 손상되거나 파절된 치아는 신경치료할 때 자칫 혼동이 오기 쉬우므로
조심조심 신경관 입구를 찾아, 첫날 치료를 마무리.
2회차 내원일, 신경치료를 마무리.
3회차 내원일.
이제 떨어져나간 부위를 레진코어로 보충하면서, 주변의 잇몸을 정리.
다행히 금세 지혈이 되셔서, 오늘 구강스캔까지 진행.
그리고 4회차 내원일.
잇몸이 잘 아물었는지 확인하고,
지르코니아 크라운을 셋팅.
파절된 부위는 다시 한 번 확인.
감쪽같이 잘 수복되었음을 확인 후,
혹시 몰라 1주일 간의 임시셋팅 기간을 거치고,
불편감 없으심 확인 후 영구접착. 치료를 마무리하였다.
치아가 둘로 쪼개져서 발치를 걱정하셨던 치아였지만,
다행히 파절이 치조골 위쪽으로 진행되어,
발치하지 않고 잘 수복해서 더 사용할 수 있게 되셨다.
소개해주신 남편 분께도 면목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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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진 치아의 치료에서 관건은, 어디에서 쪼개졌느냐이다.
이번 케이스처럼 시원하게 치조골 위쪽으로 딱 쪼개지면,
쪼개진 부분을 수복해서 크라운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 이번 케이스 치료 요약 움짤
그런데 시원하게 쪼개지지 않고 버티다가
치아의 균열선(crack line)이 뿌리 아래까지 진행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쪼개진 치아와 금이 간 치아.. 뭐가 더 나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자면
이 포스팅이 너무 길어지게 되므로,
다음 포스팅에서 시리즈물로 이어서 정리해볼까 한다.
<예고편> 아래 치아는 뽑았을까, 안 뽑았을까?
이어지는 글 :
쪼개진 치아 vs 금이 간 치아 feat. 뭐가 나을까 ep2
쪼개진 치아 vs 금이 간 치아 feat. 뭐가 나을까 ep3(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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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신경치료, 크라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재신경치료, 발치
치료기간 : 2024.06.25~ 2024.07.23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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